향수 지속력 — 향수를 바꾸기 전에 확인할 것
두 시간이면 사라진다는 이유로 향수를 바꾸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같은 향수를 다른 사람이 뿌리면 저녁까지 남는 일도 흔합니다.
지속력은 향수 한 가지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무엇을 바꿔야 실제로 달라지는지 순서대로 봅니다.
본인 코가 먼저 포기합니다
향이 사라졌다고 느끼는 순간과 실제로 사라진 순간은 다릅니다. 후각은 같은 자극이 계속되면 그 신호를 걸러 내기 시작합니다. 자기 집 냄새를 못 맡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그래서 30분쯤 지나 내 향이 안 느껴지는 건 정상입니다. 이 시점에 덧뿌리면 주변 사람에게는 과하게 닿습니다. 향수 관련 실수 중 가장 흔한 편에 속합니다.
확인하려면 다른 사람에게 묻거나, 밖에 나갔다 들어와서 옷깃을 맡아 보세요. 판단 기준을 자기 코에 두면 계속 어긋납니다.
지속력을 정하는 건 세 가지입니다
향수 자체의 품질은 이 중 하나일 뿐입니다. 나머지 둘은 브랜드를 바꿔도 따라옵니다.
- 피부 상태 — 향은 유분에 붙어 남습니다. 건성 피부는 붙잡을 기름이 적어 같은 향수도 짧게 갑니다. 이건 향수를 바꿔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뿌리기 전 보습으로 해결하는 문제입니다.
- 부향률 — 오드코롱, 오드뚜왈렛, 오드퍼퓸, 퍼퓸 순으로 향료 농도가 올라가고 지속 시간도 함께 늘어납니다. 같은 이름의 제품이 농도별로 따로 나오는 경우가 많으니 살 때 표기를 확인하세요.
- 노트 구조 — 시트러스나 아쿠아틱 계열은 분자가 가벼워 원래 빨리 날아갑니다. 반면 앰버, 우디, 머스크, 파우더리 계열은 무거워 오래 남습니다. 지속력이 최우선이라면 계열 선택에서 이미 절반이 결정됩니다.
- 여기에 계절이 더해집니다. 온도가 높으면 향 분자가 빨리 확산돼 여름에는 같은 향수도 짧게 느껴집니다. 계절별 선택은 겨울 향수 가이드에서 다뤘습니다.
손목을 문지르는 습관부터 버리세요
뿌린 뒤 손목을 맞대고 비비는 동작은 거의 모두가 합니다. 그런데 이건 향을 퍼뜨리는 게 아니라 구조를 부수는 행동입니다.
향수는 시간에 따라 톱·미들·베이스 노트가 순서대로 드러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마찰로 열이 가해지면 가벼운 톱 노트가 한꺼번에 날아가고, 미들 노트가 제대로 펴지기 전에 뭉개집니다. 결과적으로 향이 단조로워지고 짧아집니다.
뿌린 뒤에는 그대로 두고 마르기를 기다리는 게 전부입니다. 손을 대지 않는 것만으로 체감 지속력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디에, 얼마나 떨어져서
뿌리는 위치는 맥박이 뛰는 곳이 기본입니다. 체온이 높아 향이 계속 피어오르기 때문입니다. 다만 손목은 하루에 몇 번씩 씻게 되므로 지속력만 보면 좋은 자리가 아닙니다.
목 뒤, 귀 뒤, 팔 안쪽, 무릎 뒤가 씻김이 적으면서 온도가 유지되는 자리입니다. 특히 목 뒤는 움직일 때마다 향이 위로 올라와 자연스럽게 퍼집니다.
거리는 15~20cm를 두고 안개처럼 내려앉게 뿌립니다. 가까이서 쏘면 한 지점에 뭉쳐 처음엔 강하고 나중엔 아무것도 안 남습니다.
횟수는 두 번이면 충분합니다. 지속력을 위해 다섯 번 뿌리는 건 효과가 아니라 부담을 늘리는 쪽에 가깝습니다.
옷과 머리카락은 피부보다 오래 갑니다
섬유는 향 분자를 붙잡아 두는 성질이 있어, 옷에 닿은 향은 피부보다 몇 배 오래 남습니다. 코트나 스카프에 남은 향이 며칠 뒤에도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다만 실크, 밝은 색 옷, 진주나 도금 액세서리에는 직접 뿌리지 마세요. 알코올과 향료가 변색이나 얼룩을 남길 수 있고, 향수 얼룩은 대개 지워지지 않습니다.
머리카락도 향이 잘 붙지만 알코올이 건조하게 만듭니다. 굳이 원한다면 30cm쯤 떨어뜨려 공중에 뿌린 뒤 그 아래를 지나가는 방식이 안전합니다.
보습을 먼저 하는 것이 실제로는 가장 효과가 큽니다. 무향 로션이나 바세린을 얇게 바른 자리에 뿌리면 기름이 향을 붙잡아 지속 시간이 눈에 띄게 늘어납니다. 향이 있는 보디로션은 서로 섞여 원래 향을 흐리므로 무향을 쓰세요.
보관이 향수를 죽입니다
오래된 향수의 지속력이 떨어졌다면 향수 잘못이 아니라 둔 자리 문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향료를 망가뜨리는 건 빛, 열, 온도 변화 세 가지입니다.
욕실 선반은 가장 나쁜 자리입니다. 샤워할 때마다 온습도가 크게 오르내려 향이 빠르게 변합니다. 창가도 마찬가지고, 직사광선은 시트러스 계열을 특히 빨리 상하게 합니다.
서랍이나 옷장처럼 어둡고 온도가 일정한 곳에 세워서, 원래 상자에 넣어 보관하는 것이 가장 낫습니다. 자주 흔들거나 뚜껑을 열어 두는 것도 산화를 앞당깁니다.
개봉 후에는 대략 2~3년 안에 쓰는 것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색이 눈에 띄게 진해졌거나 시큼한 냄새가 섞이면 변질된 것이니 미련 없이 정리하세요. 그래서 첫 병을 100ml로 사는 것이 이득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향수 제품 살펴보기
위 기준에 해당하는 제품들입니다. 가격은 시점에 따라 달라지니 링크에서 확인하세요.
자주 묻는 질문
- 향수를 뿌려도 30분이면 향이 안 느껴집니다.
- 대부분 후각이 그 향에 적응한 것입니다. 같은 자극이 계속되면 뇌가 그 신호를 걸러 내기 때문에 정작 본인만 못 맡게 됩니다. 이 시점에 덧뿌리면 주변에는 과하게 닿으니, 옷깃을 맡아 보거나 다른 사람에게 확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 지속력이 좋은 향 계열은 무엇인가요?
- 앰버, 우디, 머스크, 파우더리 계열이 오래 남습니다. 향 분자가 무거워 천천히 날아가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시트러스와 아쿠아틱은 가벼워 짧게 가는 것이 정상이며, 이건 품질 문제가 아닙니다.
- 보디로션을 바르고 뿌리면 정말 오래가나요?
- 유분이 향 분자를 붙잡기 때문에 실제로 차이가 납니다. 다만 향이 들어간 로션은 향수와 섞여 원래 향을 흐리므로 무향 제품을 쓰세요. 바세린을 얇게 발라도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 향수를 냉장고에 보관해도 되나요?
- 권하지 않습니다. 서늘한 것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꺼냈다 넣었다 하면서 생기는 온도 변화가 향료를 상하게 합니다. 빛이 들지 않고 온도가 일정한 서랍이나 옷장이 더 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