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향수 추천 — 여름 향수를 그대로 쓰면 안 되는 이유
가을이 지나면 잘 쓰던 향수가 갑자기 밋밋해집니다. 향수가 변한 게 아니라 기온이 향을 바꾼 것입니다.
이 글은 계절 추천 목록을 나열하기 전에, 겨울에 향이 왜 다르게 퍼지는지부터 봅니다. 원리를 알면 새로 살지 지금 것을 다르게 쓸지가 먼저 정리됩니다.
향은 온도로 퍼집니다
향수의 성분은 체온으로 데워져 공기 중으로 날아가면서 냄새로 인식됩니다. 그래서 기온이 낮으면 휘발이 느려지고 확산이 약해집니다. 겨울에 향이 약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이겁니다.
재미있는 건 지속력은 오히려 늘어난다는 점입니다. 천천히 날아가니 오래 남습니다. 즉 겨울의 문제는 '금방 사라진다'가 아니라 '가까이 오기 전에는 아무도 못 느낀다'에 가깝습니다.
가벼운 시트러스나 아쿠아틱 계열이 겨울에 유독 존재감을 잃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이 계열은 원래 휘발이 빠른 분자로 인상을 만드는데, 추운 날엔 그 인상을 만들 만큼 데워지지 않습니다.
겨울에 살아남는 계열
무게가 있는 성분일수록 낮은 기온에서 버팁니다. 새 향수를 본다면 아래 계열 안에서 고르는 게 실패 확률이 낮습니다.
- 앰버 — 바닐라, 벤조인, 통카빈 같은 달고 따뜻한 축입니다. 겨울에 가장 안전한 선택이고, 니트나 코트 같은 두꺼운 옷감과도 잘 붙습니다.
- 우디 — 샌달우드, 시더우드, 베티버. 달지 않으면서 무게를 만들고 싶을 때. 성별 구분 없이 무난하게 받아들여지는 편입니다.
- 스파이시 — 정향, 시나몬, 핑크페퍼. 소량으로도 체온이 닿으면 확 살아납니다. 다만 취향이 갈리니 시향 없이 사는 건 권하지 않습니다.
- 파우더리 · 머스크 — 존재감을 세우기보다 옷과 체취 사이를 부드럽게 메우는 쪽입니다. 사무실처럼 가까운 거리에서 오래 함께 있는 환경에 맞습니다.
- 구르망(스위트) — 카라멜, 초콜릿, 커피 계열. 겨울과 궁합이 좋지만 무거워지기 쉬워 한 번 이상 뿌리지 않는 게 좋습니다.
새로 사기 전에, 지금 것을 다르게 써 보세요
계절이 바뀌었다고 향수를 바로 새로 사는 건 대체로 성급합니다. 지금 쓰는 향수에서 먼저 시도해 볼 게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 뿌리는 위치를 바꿉니다. 겨울엔 손목과 목이 옷과 머플러에 가려져 향이 갇힙니다. 옷 안쪽, 가슴 위쪽처럼 체온이 올라오는 자리로 옮기면 같은 향수가 다르게 퍼집니다.
둘째, 뿌리는 양보다 공기가 닿는 면적을 늘립니다. 한 자리에 세 번 뿌리는 것보다 두 자리에 한 번씩 뿌리는 편이 확산에 유리합니다.
이 두 가지를 해 보고도 부족하면 그때 사는 게 맞습니다. 향수는 한 병을 다 쓰는 데 몇 년이 걸리는 물건이라, 계절마다 사면 결국 대부분을 버리게 됩니다.
부향률 — 겨울엔 한 단계 진한 쪽이 유리합니다
같은 이름의 향수라도 농도에 따라 이름이 다릅니다. 향료 비율이 높을수록 진하고 오래갑니다.
겨울처럼 확산이 억눌리는 계절엔 오드퍼퓸 이상이 무난합니다. 오드코롱은 실외에서 거의 인식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 오드코롱 — 대략 2~5%. 가볍고 짧습니다. 여름 낮에 어울립니다.
- 오드뚜왈렛 — 대략 5~15%. 가장 흔한 형태. 겨울엔 한 번 더 뿌려야 할 수 있습니다.
- 오드퍼퓸 — 대략 15~20%. 겨울 기본값으로 두기 좋습니다.
- 퍼퓸 · 엑스트레 — 20% 이상. 한 번으로 충분하고, 과하게 뿌리면 바로 부담이 됩니다.
매장 시향이 겨울에 특히 어긋나는 이유
향수 매장은 난방이 되어 있고, 사람이 많고, 이미 공기 중에 다른 향이 깔려 있습니다. 그 안에서 맡은 인상은 영하의 거리에서 맡을 인상과 상당히 다릅니다.
따뜻한 실내에서는 무거운 계열이 실제보다 더 강하게 느껴져 '이건 너무 세다'고 걸러 내기 쉽습니다. 정작 밖에 나가면 딱 맞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시향지만 보고 결정하지 말고, 손목에 뿌린 뒤 매장 밖으로 나가 30분쯤 지나서 다시 맡아 보세요. 향수는 시간에 따라 노트가 바뀌기 때문에 첫인상만으로 산 향수가 서랍에 남는 일이 흔합니다.
한 번에 여러 개를 시향하는 것도 피하는 게 좋습니다. 서너 개를 넘어가면 후각이 둔해져 구분이 안 됩니다.
실내외 온도차를 계산에 넣으세요
겨울에 향으로 실수하는 지점은 대부분 실외가 아니라 난방된 실내입니다. 밖에서 딱 좋게 뿌린 양이 사무실이나 지하철에 들어가는 순간 두 배로 커집니다.
하루의 대부분을 실내에서 보낸다면 실외 기준이 아니라 실내 기준으로 양을 정하는 게 맞습니다. 한 번 덜 뿌린다고 생각하면 대체로 맞습니다.
옷에 직접 뿌리는 것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모직 코트나 니트는 향을 오래 붙잡아 며칠씩 남고, 실크나 밝은 색 소재는 얼룩이 남을 수 있습니다. 옷에 남기고 싶다면 안감 쪽에 멀리서 살짝 뿌리는 정도로 충분합니다.
향수 제품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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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 겨울용 향수를 따로 사야 하나요?
-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뿌리는 위치를 옷 안쪽이나 체온이 올라오는 자리로 옮기고 한 번 더 뿌리는 것만으로 해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도 존재감이 부족할 때 앰버나 우디 계열을 하나 더하는 순서가 낭비가 적습니다.
- 향이 하루 종일 남게 하려면요?
- 보습이 된 피부에 뿌리면 더 오래 붙잡힙니다. 무향 보디로션을 바른 뒤 그 위에 뿌리는 방법이 간단합니다. 손목에 뿌린 뒤 문지르는 습관은 오히려 향 구조를 깨뜨리니 그대로 말리세요.
- 겨울 향수는 몇 번 뿌려야 하나요?
- 오드퍼퓸 기준 2회 정도가 무난하고, 실내에 오래 있는 날은 1회로 줄입니다. 자기 코는 30분이면 자기 향에 익숙해져 못 느끼기 때문에, 안 느껴진다고 더 뿌리면 대체로 과합니다.
- 향수는 어떻게 보관해야 하나요?
- 빛과 온도 변화가 가장 큰 적입니다. 욕실이나 창가는 피하고 서랍처럼 서늘하고 어두운 곳에 세워서 두세요. 상자를 버리지 않고 그대로 보관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